지휘자 없이 ‘봄의 제전’ 연주…80명 단원 서로가 귀기울였다

2022-08-0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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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4개국 50개 오케스트라의 국내외 연주자가 주축이 된 올스타 오케스트라가 베일을 벗었다.

7월 30일 밤 서울 롯데콘서트홀. 80여 명의 단원으로 가득 찬 무대는 여느 오케스트라의 공연과 다름없어 보였다. 자세히 보면 조금 달랐다. 서울시향, 라디오프랑스필, 스위스로망드 오케스트라 악장을 역임한 스베틀린 루세브를 비롯해 현악 주자들이 더 촘촘하게 앉아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목관·타악 주자들이 방사형으로 도열했다. 무대의 주인공은 사단법인 고잉홈프로젝트.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기획한 평창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모체가 돼 지난해 말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창단했다. 이날은 창단 공연 ‘더고잉홈위크’의 첫날이었다.


평소 같으면 등장할 지휘자를 기다리는 시간에 스트라빈스키 ‘봄의 제전’이 곧바로 시작됐다. 미묘한 바순의 음색이 신호인 듯 목관악기들이 하나둘 움트듯 깨어나 현과 타악으로 격렬하게 번져가는 이 곡은 이제는 완연한 고전음악이지만 1913년 샹젤리제 극장에서 피에르 몽퇴 지휘로 초연될 때는 달랐다. 파리의 청중은 강렬한 리듬과 불협화음에 충격받았다.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발을 구르고 휘파람을 불며 고함지휘자-없이-봄의-제전-연주-80명-단원-서로가-귀기울였다을 지르는 소동이 벌어졌었다.

이날의 ‘지휘자 없는 봄의 제전’도 적잖이 충격으로 다가왔다. 야성적이고 원초적인 작품의 성격은 더욱 부각됐다. 지휘자에게 쏠리던 시선이 각 단원에게 향하면서 한 명 한 명의 동작이 더욱 명료하고 크게 들어왔다. 만에 하나 우려했던 통제 불능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. 다수의 긴장이 서로를 제어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. (중앙일보 류태형 객원기자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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